진짜 세상이란?

MB정부, 외신과 전쟁…'IMF 악몽' 재현?

사물해커 2008. 10. 15. 19:19

 최근 파이낸셜타임즈(FT), 월스트리트저널(WSJ), 다우존스, 인터내셔널해럴드트리뷴(IHT) 등 외신의 잇따른 한국경제에 대한 부정적 보도가 정부를 괴롭히고 있다.
  
  "아시아에서 한국만 외환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FT>보도에 대해선 기획재정부가 14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기사 내용을 반박하고 나섰다. 재정부는 반박 기고 등 강력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10일 한나라당에서 이례적으로 영문 논평을 내는 등 정부와 여당은 외신의 '한국경제 위기설'을 진화하려 애쓰고 있지만 비관적 보도는 이어지고 있다. 왜 외신의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 보도가 이어지는 것일까?
  
  <FT> "아시아 국가 중 한국만 외환보유고 고갈 위기"
  
  <FT>는 14일 '침몰감'(Sinking feeling)'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이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90년대 말 금융위기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이 현 미국발 금융위기 상황을 잘 견뎌내고 있지만, 한국만 유독 달러화 환율이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외환보유고가 고갈될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FT>는 달러를 구하기 위해 월스트리트로 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씨티와 모건스탠리 CEO를 만날 예정이며, 포스코가 환율 안정을 위해 1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강 장관이 국회에서 "투자, 소비, 실업률, 경상수지 적자 등 수출을 제외한 모든 것이 외환위기와 비슷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환율 폭등으로 고통 받는 '기러기 아빠'의 사례, 환헤지 상품인 키코(KIKO)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 문제 등을 상세히 보도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일 급등하는 환율 문제와 관련해 "달러를 갖고 있으면 환율이 올라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부 기업이나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국가가 어려울 때 개인의 욕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달러 사재기'를 비판한 발언을 소개하면서 급기야 개개인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어 국내총생산(GDP)의 180%에 달하는 민간부문의 부채도 위험 요소의 하나로 지적했다. 또 "높은 예대율로 자금조달의 12% 정도를 해외 시장에 의존하는 등 유동성이 축소되고 있다", "내년 6월까지 차환돼야 할 외채가 1750억 달러 수준"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기사 전문 보기)
  
  이 신문은 앞서 지난 6일 "한국은 아시아에서 금융위기 감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라고 보도했다.
  
  WSJ, IHT, 다우존스…줄줄이 이어지는 비관적 보도
  
  한국 경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도한 외신은 <FT>만이 아니다. <WSJ>도 지난 10일 '한국은 아이슬란드를 뒤따르지는 않을 것'(Korea shouldn't follow Iceland)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이 아시아에서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가장 크며, 은행들의 예대율 136%는 아시아 평균 8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아이슬란드는 이번 미국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우존스>는 지난 8일 국가신용평가기관 피치의 말을 인용해 "한국은행들, 지급 불능 가능성"이라고 보도했다. <IHT>도 같은 날 "한국 은행들이 달러화 등 외화를 빌려와 원화로 대출했다"며 달러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 연일 반박 자료 내며 '발끈'
  
  이처럼 외신의 '위기설' 조장이 이어지자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14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모두 반박 브리핑을 가졌다. 최종구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이날 <FT>보도에 대해 "지난 8월부터 새로운 내용이 없이 이것저것 다 모아서 우리 경제의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다"며 "<FT>가 우리나라보다 더 걱정해야 할 나라가 많을 텐데 왜 이런 식의 보도가 나오는지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15일엔 재정부가 <WSJ>의 지난 10일 보도에 대한 해명 자료를 배포했다.
  
  앞서 한나라당 차명진 대변인은 10일 이어지는 외신보도 대응 차원에서 이례적으로 영어 논평을 내기도 했다. 차 대변인은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융구조도 견실하고 외환보유고도 충분하다. 지도자와 국민들도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위해 잘 뭉쳐있다"며 "한두 개의 그런 보도 때문에 외국 언론 전체가 불신 받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한국 속담에 어물전 망신 꼴뚜기가 시킨다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1997년 11월에도 외신들 '한국 위기설' 앞 다퉈 타전
  
  정부와 여당이 이처럼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선 것은 현 상황이 지난 97년 11월 외환위기 직전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블룸버그> 통신이 "한국, IMF 구제금융 신청 외에는 외환위기 해결책이 없을 것"이라고 보도하는 등 외신이 줄줄이 '한국 경제 위기설'을 보도했다. 당시 안기부 조사 결과 이 위기설의 진원지는 싱가포르의 역외선물시장(NDF)로 추정됐다. 투기세력이 시장을 흔들려는 목적으로 위기설과 악성 루머 등을 퍼뜨렸던 것이었다. 당시 강경식 경제부총리는 외신들의 '위기설' 보도에 발끈하면서 반론권 행사 등을 지시했었다. 하지만 이런 의도된 '위기설'은 채 한달도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됐다.
  
  최근 외신의 '한국 경제 위기설'의 진원지도 11년 전과 마찬가지로 환차익 등을 노린 투기세력일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의 강도 높은 반응도 '배후세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위기설'이 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만큼 조기에 진화하겠다는 것이다.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 공동락 연구위원은 "한국이 수출지향국가이고 외부 경제 리스크에 많이 노출돼 있는 만큼 미국 등 세계경제가 안 좋아진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이같은 보도가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 연구위원은 "<FT>가 지적한 기러기 아빠, 키코 등은 대외 경제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여건을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외신의 시각에서 자기네 경제가 흔들리니까 한국도 흔들린다고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FT>는 <PD수첩>이 아니다"
  
  하지만 10년 전과 똑같은 정부 대응 방식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는 "10년 전과 똑같이 자꾸 부도난 회사 사장처럼 대응하는 것은 문제"라고 정부의 과도한 대응에 대해 비판했다.
  
  홍 교수는 "국제금융시장 기준으로 봤을 때 한국은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면서 "정부 관료들이 외신 보도들의 콘텍스트를 읽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외신 보도에 발끈하기 보다는 '위험 신호'로 받아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 신용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이 말레이시아, 태국보다 높아지는 등 국가 부도 위험이 이들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고 지적했다. 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경험한 아시아국가들 중에서 한국이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는 <FT> 보도가 과도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우리나라 국채 5년물의 CDS 프리미엄은 1.84%포인트로 말레이시아 1.70%포인트, 태국 1.70%포인트, 브라질 1.79%포인트, 멕시코 1.46%포인트 등 보다 높다. CDS프리미엄이 높으면 부도 위험이 높다는 얘기다.
  
  홍 교수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한국보다 CDS가 높은 나라들의 경우 주식, 외환시장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우리보다 작다"며 "우리나라는 주식시장에 이미 상당한 정도로 외국의 기관투자자들이 들어와 있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꾸 빠져나가는 것은 위험 신호로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FT>는 MBC <PD수첩>과 다르다. 이명박 정부는 같은 방식으로 찍어 누르려고 해서는 안된다"며 "언론이 정부가 원하는 대로만 해석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FT> 보도에 대한 재정부의 반론이다.
  
  ▶ 장관이 달러를 구하기 위해 시티, 모건스탠리 CEO를 만날 예정?
  63차 IMF/WB 연차총회차 워싱턴에 방문중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현 씨티그룹 이사)를 면담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는 주로 주요 국제금융전문가와 글로벌 금융위기 향방, 대응 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자리이지 달러 펀딩을 요청할 계획은 없다.
  
  ▶ 포스코, 외환시장 안정 위해 10억달러 채권 발행?
  포스코는 달러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곳이다. 포스코 자체 브리핑에서도 밝혔듯이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라 해외 원료를 확보하고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한 달러 자금이 필요해 10억불 내외의 채권을 발행하기로 자체 결정한 것이지 환율안정화를 위한 것이 아니다.
  
  ▶ 수출을 제외한 모든 것이 외환위기 때와 비슷하다고 장관이 국회서 답변?
  지난 7월 22일 국회 긴급현안질의시 장관 답변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배영식 의원은 "장관도 지금의 우리 경제가 지난 IMF 환란 때보다 더 어렵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그때와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지금 투자, 소비, 일자리, 경상수지, 모든 점에 있어서 수출만 제외하곤 IMF 전과 유사한 트렌드로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개별적으로 IMF 때보다 더 어려운지 여부는 별도로 하고, IMF와 같은 그런 위기로 갈 것인가에 대해선 정부로선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7월 당시는 대외여건 악화와 함께 촛불시위, 파업 등으로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었다. 장관 발언은 어려운 경제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냉철한 이식과 고통 극복에 대한 동참이 없다면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밝힌 것으로서 답변 후반부에서 밝힌 바와 같이 현재 우리경제 상황이 외환 위기와 유사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당시 장관 발언 중 앞뒤를 빼고 일부만을 최근 발언한 것처럼 왜곡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 내년 6월까지 차환되어야 할 외채는 1750억달러 수준?
  1750억달러라는 숫자는 6월말 현재 단기외채(만기 1년이내) 숫자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기외채가 모두 차환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이중 선물환과 관련된 약 600~700억달러(조선사, 자산운용사의 환헤지를 받아주면서 증가한 외채)는 외채에 대응하는 자산(선물환)이 확보되어 있어 만기에 자동해소된다.단기외채의 57.7%를 차지하고 있는 외은지점 외채는 외국본점에서 유동성을 관리하고 있어 국내 은행에 비해 그 위험성이 낮다.
  
  ▶ 민간부문 부채가 GDP의 180%에 달하는 등 지나치게 과도하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또 가계부채를 고려할 때 가계부문의 금융자산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금융자산이 부채를 2.22배(08.6월말)를 초과하고 있어 금융자산으로 부채를 상환하고도 부채만큼의 자산이 남는다.
  
  아울러 자산증가율과 부채증가율을 따져보면 다른 나라와 달리 금융자산이 금융부채보다 크게 증가했다. 2002년부터 올해 6월까지의 증가율을 따져보면 부채증가율이 57.4%인데 비해 자산증가율은 62.6%이다. 이와 함께 가계대출의 60%는 채무상환능력이 양호한 중상류층을 상대로 한 주택담보대출로 구성돼 있는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은 미국(LTV비율 94%)과 달리 우리나라는 담보인정비율(LTV)에 대한 엄격한 규제로 인해 LTV비율이 절반(47%)에 그쳐 부실화 가능성이 낮다.
  
  ▶ 높은 예대율로 자금조달의 12% 정도를 해외시장에 의존?
  9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예대율(CD포함)은 103.2%로 일본(74%)에 비해선 높으나 미국(112%)보다 낮은 수준이다. 원화자금조달원인 은행채까지 감안하면 예대율은 85.0%로 떨어진다. 특히 원화유동성 비율도 8월말 현재 107.7%로서 감독당국의 지도비율(100%)을 상회하는 양호한 수준이다. 그동안 크게 의존해 왔던 CD, 은행채 등 시장성 수신 비중은 줄고 있는 반면 정기예금 등 안정적 수신이 계속 확대되면서 충분한 원화 자금 공급 여력을 보이고 있다.
  
  ▶ 피치사, 유동성 경색이 심각하며 지급불능으로 발전우려 언급?
  8일 미국 통신사 다우존스가 피치사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피치사가 '한국 은행에 지급불능(insolvency) 징후가 있으며 이것은 한국 국가신용등급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지만 피치사에 확인해 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피치사가 다우존스에 보낸 이메일 답변은 "만약 유동성 압박(liquidity squeeze)이 지급불능 문제로 번진다면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원론적 수준에 불과했다.
  
  ▶ 경상수지, 외환위기 이후 최초 적자…수출이 GDP 40% 차지해 글로벌 수요감소시 우려?
  올해 8월까지 경상수지는 서비스ㆍ소득수지 개선에도 불구, 유가상승에 따른 상품수지 흑자축소로 126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전환의 주된 요인은 유가상승으로 1~8월중 유가상승에 따른 경상수지 악화규모는 177억달러 수준(원유수입증가액 253억달러중 내수소비분 70% 적용)으로 경상수지 적자 126억달러를 초과한다. 4/4분기 경상수지는 유가하락, 연말 해외수요에 따른 수출호조 등에 힘입어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나, 올해 전체로는 100억달러 적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IMF 등은 GDP 3% 이상 경상수지 적자가 수년간 지속될 경우 위험요인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경상적자 100억달러는 GDP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아울러 24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 등을 고려할 때 그리 큰 문제로 볼 수 없다. 금융시장 불안과 선진국 경기둔화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10월 수출은 20%대의 견조한 증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40%대로 올랐던 수입증가율도 이달 30%대로 떨어진 것으로 중간 집계됐다. 수출지역 다변화와 반도체, 선박, 자동차 등 수출품목의 품질경쟁력 제고 노력 등 우리 수출의 구조적인 강점을 감안할 때 향후 세계 경제가 위축되더라도 수출이 급격히 감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환율급등으로 위기감 조성…금리인하로 향후 환율 정상화 의문?
  최근 환율은 미국 금융시장여건 등 대외여건의 악화와 이에 따른 심리 불안까지 가세해 1400원대까지 근접하기도 했으나,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 기대 및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등으로 1200원대 초반으로 하락하면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이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 영향이라기 보다는 대외요인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우리나라 총외채(4198억달러)의 약 40%(약 1500억달러)이 환헤지용 외채, 수출선수금 등 상환부담이 없는 외채인 점을 감안하면 외환보유액은 충분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6위 외환보유국(9월말 2397억달러)으로서 IMF 기준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 적용시 충분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금리인하와 관련해 이론적으로는 원화약세를 가져올 수 있으나 금리는 내외금리차를 통해 주식투자, 채권투자, 해외차입 등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환율에 대한 영향을 일류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다.실제 지난 8월 한은의 금리인상후 환율이 상승했고, 이번 금리인하 결정 후 환율은 오히려 급격한 하락추세를 보이는 현상은 금리인하와 환율을 직접적으로 연결시킬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전홍기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