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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고통 외면한 '건설사 살리기 대책'오늘푼 대출규제, 2~3년뒤 투기재앙

사물해커 2008. 10. 22. 17:00
정부, 10·21 부동산 대책 발표... 전문가, 부정적 목소리 많아정부, 10·21 부동산 대책 발표... 전문가, 부정적 목소리 많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오후 과천 정부종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건설업지원방안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유성호
강만수

[2신: 21일 오후 6시]
 
7~8조 투입해 '건설사 살리기'
 
10·21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건설사 살리기'였다. 건설사의 도덕적 해이 논란에도, 정부는 건설사에 최소 8조원 이상의 자금을 직접 공급하는 등 자금난을 겪는 건설사를 구제하는 데 '올인'하는 모양새다.
 
21일 오후 '가계 주거부담 완화 및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구조조정 방안' 브리핑에서 김주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이번 대책의 효과는 대출을 제외한 정부 부문에서만 건설사에 7조~8조원의 자금을 직접 공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대한주택보증에서 지방 미분양 주택 2조원 규모를 환매조건부로 매입하기로 했다. 또한 건설사 택지 매입에 3조원, 대금납부가 연체된 공동택지의 계약해지 허용에 최대 2조원이 투입된다. 신용보증기금의 중소 건설사 신용 보증도 70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 건설사의 회사채 유동화 지원 ▲ 민간 부동산 펀드 조성 지원 ▲ 담보대출 허용되는 미분양 아파트 범위 확대 등 간접적 지원 방안까지 감안하면, 건설업체에 대한 지원 규모는 천문학적인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을 통한 지원 규모 역시 만만치 않다. 정부는 전체 은행·증권·자산운용사의 95.3%가 가입해 있는 대주단 협약을 통해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모든 건설사에 대해 만기연장·신규자금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중소 건설사는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회생 가능성이 없는 회사가 아니라면, 금융 지원을 신속히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막대한 지원 규모에 비해 분양가 인하 등 건설사의 추가적인 고통분담 방안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변창흠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위기의 본질은 건설사가 높은 분양가를 책정해 개발이익을 독식하고, 수요 예측을 제대로 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서민들의 고통을 덜기 위해 집값 낮추는 방안은 없고, 건설사 구제에만 치중하는 건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구본진(왼쪽에서 두번째) 재정경제부 정책조정국장이 21일 오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 및 구조조정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구본진
 

[1신 보강: 21일 오후 4시]

 

정부가 21일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수도권 투기지역 해제를 통해 대출 규제를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업체 지원을 위해 2조원을 들여 지방의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뿐만 아니라 시장에서도 "대출 규제 완화는 매매 활성화 등 기대 효과는 거의 없고, 화를 부르는 대책"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사실상 대출 규제 완화... 정부 기대대로 거래 활성화?

 

정부가 21일 오후 발표한 '건설 부문 유동성 지원 및 구조조정 방안'의 핵심적인 내용은 수도권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를 적극 해제한다는 것이다

 

투기지역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가격 안정심의위원회를 열어 지정한다. 주택투기지역으로는 서울의 25개 모든 구를 포함해, 인천 8개구, 경기도 39개 시군구 등 수도권 72개 지역이 지정돼 있고, 토지투기지역은 서울의 25개 모든 구를 포함해, 전국 88개 지역에 이른다.

 

국토해양부 장관이 지정하는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전매가 제한되고, 1가구 2주택자 또는 5년 이내 당첨사실이 있는 경우 청약 1순위 자격에서 탈락된다. 또한 무주택 가구주에 대한 우선공급규정 등이 적용된다.

 

정부는 참여정부 시절 집값이 폭등했던 '버블세븐' 지역(서울 강남·서초·송파·양천구와 경기도 분당·평촌·용인) 등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로 포함됐던 곳을 전면 해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해제 요건을 충족시키는 곳 중 현장 실사를 거쳐 빠르면 11월 중 탄력적으로 해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는 유지하기로 했지만, 이번 대책으로 주택투기지역의 대출 규제는 사실상 완화된다.

 

주택투기지역에서 해제되는 지역의 아파트는 40%로 묶여있던 LTV가 60%로 높아지고, 6억원 초과 아파트에 해당되는 DTI 40% 규정도 해제되어 60%로 높아진다. 또한 주택담보대출을 1인당 1건으로 제한하는 규제가 없어진다.

 

정부는 이러한 조치로 아파트 구입을 위한 대출 여건이 좋아져 매매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자금난을 겪는 건설업체를 위해 대한주택보증에서 지방 소재 사업장 중 공정율이 50% 이상인 미분양 주택을 대상으로 11월 중 심사를 거쳐 2조원 범위 내에서 순차적으로 매입하기로 했다.

 

또한 최소 3조원 범위 내에서 주택건설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토지를 한국토지공사에서 매입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건설업체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위해 채권금융회사가 양호한 업체에 대해 만기연장 또는 신규자금 지원을 강구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효과는 미미하지만 그 대가가 무척 크다"

 

'투기지역 해제→대출 규제 완화→거래 활성화'를 기대하는 이번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대출 규제 완화로는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대출 규제는 부동산 집값 안정의 일등 공신이었다"고 전제한 뒤, "대출 규제와 함께 1인 1건 대출 규정이 풀리면, 고가 주택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근본적인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박 부사장은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고금리·거시 경제 침체·금융시장 불안·주택 가격 하락 등의 상황에서 대출 규제가 풀린다고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겠느냐"며 "이번 대책의 약발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전문가나 시민단체 쪽의 평가는 더욱 비판적이다. <부동산 계급사회>를 펴낸 손낙구 전 심상정의원 보좌관은 이번 부동산 정책을 "제일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대출 규제를 풀게 되면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당장 투기로 가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2~3년 안에 투기 재앙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많다, 효과는 미미하지만 그 대가는 무척 크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미분양 아파트 매입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건설회사들은 고분양가로 엄청난 폭리를 취해왔다. 폭리를 취하는 과정에서 주택이 팔리지도 않을 곳에 아파트를 지어놓아 지금의 미분양 사태가 발생했다. 시장원리에 따라 건설사가 분양가를 낮춰서라도 팔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고분양가로 고통받는 서민을 내버려둔 채, 건설사만 돕겠다는 것은 부당한 지원이다."

 

  
▲ 집 값이 좀 올랐나?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는 학원가라는 특수성 때문에 집 값의 등락폭이 크지 않다. 사진은 학원이 밀집해 있는 상가 건물 1층에 위치한 공인중개업소에 눈길을 보내고 있는 시민들.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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