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세상이란?

촛불대학생 만난 이명박 "주동자는 아니죠?"

사물해커 2008. 9. 11. 00:23
  
이명박 대통령이 9일 밤 KBS에서 열린 ' 대통령과의 대화-질문있습니다!'에 출연해 국민 패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조보희
이명박

'원수'는 외나무 다리가 아니라 방송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이명박 대통령은 9일 밤 촛불집회에 참여한 여대생으로부터 "제2의 촛불도 일어날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성 메시지를 들어야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밤 TV로 전국에 생중계된 '대통령과의 대화-질문 있습니다'를 통해 국민과의 대화를 가졌다. 이 대통령은 초반 '경제위기설' 등 어려워진 경제 문제로 1시간 가까이 답변을 한 뒤, 사회분야로 넘어오면서 교육 문제 등과 맞닥뜨려야 했다. 교육 문제가 끝나자, 예상대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가 이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국 쇠고기, 시간이 지나면 국민이 알게 될 것"

 

첫 질문은 상대적으로 쉬웠다. 대학생인 임현아씨는 "이미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되고 있지만 여전히 먹는 게 꺼려진다"며 "이런 인식을 바꿀 대책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아주 어려운 질문"이라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인식을 정부가 특별히 바꿀 (노력을 할) 필요는 없다"며 "시간이 지나면 국민이 알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초기에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과 똑같은 것으로 정보가 잘못 전달돼 국민에게 많은 걱정을 끼쳐 드렸는데,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나서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도 된다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시장 구조에 맡기고 질 좋고 값싼 쪽으로 선택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좀 더 흘러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시사IN' 뉴스팀장인 이숙이 기자가 "쇠고기 정국에서 문제가 된 것은 소통의 문제였고, 이 대통령도 여론을 제대로 읽는 부분에 소홀했다고 사과했다"며 "쇠고기 파동 이후 소통을 위해서 한 일이 있느냐"고 후속 질문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이 민심을 안 읽고 가만히 있겠느냐"며 "저는 기업인 출신이고 바닥에서 커서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말하는 사람보다는 진정한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쇠고기 파동 이후 얻은 교훈이 많다, 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얼마나 미국산 쇠고기를 먹느냐"는 질문에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 당시 한우와 미국 쇠고기를 함께 메뉴로 올렸던 사례를 들면서 "본격적으로 미국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았으니, 청와대는 한우를 먹는다"고 답했다.

 

촛불여대생 "색소 물대포에 백골단 부활, 이게 소통인가?"

 

이 대통령을 기다리는 진짜 질문은 그 다음에 나왔다. 스스로를 "촛불집회에 참여한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성지현(이화여대 정외과 4, 민주노동당 이화여대학생위원회 위원장)씨는 촛불집회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대응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 나갔다. 

 

"촛불집회는 광우병 소고기를 비롯해 대운하, (공기업) 민영화, 경쟁교육과 같은 현 정부의 '비즈니스 프랜들리'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민심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통령도 두 번이나 사과를 하면서 뼈저린 반성과 소통에 대해서 얘기했다.

 

그렇지만 현재는 광우병 대책위 활동가를 비롯해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을 했다던지, 아고라에서 여론을 이끌었던 네티즌이 구속되고 있다. 거리에서는 색소 물대포나 백골단까지 부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이 대통령이 말한 소통인지 잘 모르겠다. 만약 대통령이 이 민심을 계속해서 강제력으로 다스리려고 한다면 제2의 촛불도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성지현씨의 질문이 끝나자, 이 대통령은 "무섭다. 꼭 협박을 하시는데..."라며 웃어보였다. 그는 또 "(촛불집회에) 참여만 했지, 주동자는 아니죠"라며 촛불집회를 폄훼하는 듯한 말을 하는 등 여유를 보였다.

 

"저도 학생 때 데모를 했다. 군사독재 정권이지만, (감옥에서) 반년 정도 살았다. 그 때 주장한 게 일본과 국교 정상화 할 때 너무 서두르지 말라는 것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매판자본 물러가라'고 했다. 졸업하고 일반직장 생활을 하면서 외국자본이 들어오는 것을 학생 때 막은 것이 부끄러웠다. 현실을 몰랐다는 생각을 한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학생들이 순수한 입장에서 참여를 했으니까, 어떤 반대도 할 수 있다.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다"며 "문화적, 평화적, 준법적으로 하는 것은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촛불집회가 시간이 지나면서 일반 시민이 물러나고, 나머지 남은 소수의 사람들은 불법적이고 폭력적으로 나갔다"며 "앞으로도 법을 어기고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것은 강력하게 법에 의해서 처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이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이명박 대통령이 9일 밤 KBS에서 열린 ' 대통령과의 대화-질문있습니다!'에 출연해 국민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보희
이명박

 

이 대통령 "불법을 해도 가만 두냐고 한다... 그게 여론"

 

그러나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는 "자고 나면 압수수색 얘기가 나온다"며 "촛불시위는 사실 정부 협상의 잘못으로 시작됐는데, 그 잘못자에 대한 관용은 없고 처벌 위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검찰과 경찰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 훼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중립 의지를 표명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중립 입장을 떠나 보복적 차원에서 하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상상도 못한다"며 "그런 공권력을 용납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는 "저는 정치를 오래한 정치인 출신이 아니라 정치적 적이 없고 등진 사람이 없다"며 "기업하다 서울시장, 대통령이 됐고 따라서 일류선진국가를 만들겠다는 목적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을 당한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할 지 모르나, 국민 대다수는 대통령이 살았느냐 죽었느냐, 불법을 해도 가만 두냐고 한다"면서 "그게 여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권력이 길에서 짓밟히는 것을 중립 차원에서 바로잡는 것이지, 보복적 측면에서 하는 것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 거듭 강조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부동산 정책과 관련, "도심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해야 겠다"며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완화 방침을 거듭 밝혔다.

 

이 대통령은 "새롭게 직장생활을 하는 젊은 부부가 신도시에 가서는 출퇴근을 하지 못한다"며 "이미 갖춰진 도시에서 재개발·재건축된 집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과의 대화] 이 대통령 "불법·폭력 강력히 법으로 처벌"

 

이 대통령은 특히 "국토해양부 산하 주택공사나 자치단체 밑에 주택공사가 있는데 서민의 집이나 서민이 아니더라도 집을 처음 갖겠다는 분을 위해 국민주택 정도는 지어야 한다"며 "만일 필요하다면 다소간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한이 있어도 정부가 그렇게 분양을 하면 주택을 훨씬 싼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지도가 10%까지 하락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국민의 마음을 헤어리는 데 소홀했다"며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국제 경제 환경도 전례없는 어려움을 겪었다"면서도 "정부가 열심히 하겠다고 해서 서두른 감이 있었다"고 밝혔다.

 

유창선씨가 지난 6개월간의 경제 성적표에 대해 "선방했다"고 평가한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의 발언 등을 언급하며 "지난 6개월 간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물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 평가와 제 자신의 평가가 다르지 않다"면서도 "6개월이 지난 지금은 국제환경이나 여건에 대해 조직적으로 실질적으로 잘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소에 '위기' 발언은 긴장감 주자는 얘기"

 

국민 패널로 나온 김윤미(회사원)씨가 "제2의 IMF가 온다는 위기가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 것에 대해서는 "요즘 언론보도에 보면 9월 경제위기설이 있다"며 "대통령이 위기라고 해 놓고 왜 위기가 없냐는 지적도 있는데 상황 자체가 전혀 다르다"고 해명했다. "평소에 위기라고 하는 이유는 온 세계가 어려울 때 공직자들에게 긴장감을 주자는 얘기였다"는 것이다.

 

이숙이 기자가 "현재 경제수장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뢰의 근거가 무엇이냐"며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교체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이 대통령은 "과거에 보면 각 정권에서 경제장관들이 1년도 못 채우고 바뀐 예가 많다"며 "저는 신뢰를 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생기면 사람만 바꾸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답해, 여전히 해임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