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바람의나라 에덴의 동쪽 베토벤 바이러스

사물해커 2008. 9. 13. 21:50

  [신기주의 이야기 속으로] TV REVIEW

 

 

고구려 태자 무휼은 아버지와 형과 아들을 죽게 만들 운명이다. 무휼은 버림 받고 자신의 신분을 모른 채 동굴의 벽화쟁이들의 손에 자라나지만 모든 건 예언대로 이루어진다. 이동철은 아버지의 원수 신태환에게 복수를 꿈꾼다. 동생 이동욱신태환의 아들이란 사실을 모른 채 동생을 끔찍하게 아낀다. 이동철은 카지노 대부의 오른팔이 된다. 이동욱은 검사가 된다. 천재 지휘자 강마에는 내키진 않지만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게 된다. 절대 음감을 지닌 천재 트럼펫 연주자 강건우는 경찰이었다. 열정은 있지만 경험은 없는 좌충우돌 바이올리니스트 두루미는 시청 공무원이다. 강마에는 라이벌 정명환이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보러 온다는 얘기를 듣고 갑자기 전의를 불태운다.
  

바람의 나라 ⓒkbs.co.kr

  KBS 수목 드라마 <바람의 나라>와 MBC 월화 드라마 <에덴의 동쪽>과 수목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는 지금 대한민국 드라마가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를 한 눈에 보여준다. <바람의 나라>와 <에덴의 동쪽>엔 영웅의 탄생과 출생의 비밀과 역사적인 웅대함과 현대사의 비극과 신분 상승과 화려한 볼거리와 비극적인 사랑이 있다. <바람의 나라>의 형제 해명, 무휼과 <에덴의 동쪽>의 형제 이동철, 이동욱은 뜨거운 형제애를 지녔다. 형제를 둘러싼 시대는 암울하다. 고구려는 국난에 빠졌고 탄광촌엔 희망이 없다. 형제는 시대를 뛰어넘어 영웅이 되지만 운명적 비극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 <바람의 나라>와 <에덴의 동쪽>은 고대와 현대라는 서로 다른 배경을 지녔어도 서로 닮아있다. 드라마는 태생이 통속이다. TV 앞에 앉은 사람들은 이미 생노병사에 일희일비할 준비가 돼 있다. 드라마는 지극한 희로애락으로 사람들에게 삶의 위안을 준다. <식객>을 만든 최종수 감독은 말했었다. "드라마는 시청자들한테는 삶의 활력소 같은 거다. 드라마는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 한국 드라마가 빠르게 성장해온 건 이런 드라마의 통속성을 잊지 않아서였다. 드라마의 규모가 장대할수록 통속성은 강해진다. 왕과 영웅의 비극은 그리스 시대부터 멜로 드라마의 소재였다. <바람의 나라>와 <에덴의 동쪽> 역시 1990년대 <여명의 눈동자>와 <백야3.98>로 거슬러올라간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다른 한쪽 끝에 있다. 이재규 감독은 이미 <다모>와 <패션70S>에서 통속적인 서사극을 만들었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오밀조밀하다. 오케스트라의 군상을 설명하고 주인공의 성격을 매만진다. 그러나 <베토벤 바이러스> 역시 어쩌면 뻔하다. 남녀 주인공은 사랑에 빠진다. 천재 지휘자와 천재 연주자에겐 언제나 만만찮은 라이벌이 있다. 한 무더기의 음악인들이 모이고 그들이 영웅적이지만 빈틈이 많은 인물을 중심으로 단합하고 결국 성공한다. <베토벤 바이러스>가 특별해진다면 그건 새로운 인물을 창조하는 배우와 작가와 감독의 힘이다. <천하장사 마돈나>를 만든 이해영이해준 감독은 말했다. "세상에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단지 새로운 인물이 있을 뿐이다. 우린 새로운 이야기를 찾는 게 아니라 새로운 인물을 찾는 사람들이다." 홍진아와 홍자람 자매 작가는 인물을 만지는 재주를 지녔다.
  

  <바람의 나라>와 <에덴의 동쪽>과 <베토벤 바이러스>는 한 쪽 끝과 다른 쪽 끝에 있다. 한 쪽은 선 굵은 비극에 치중하고 다른 쪽은 설득력 있는 캐릭터와 작은 감정에 충실하다. 각각의 작품은 각각의 성취를 지녔다. 하지만 여러 편의 드라마가 반복해서 보여주는 한국 드라마의 경향은 사실 지루하다. 따지고 보면 한국의 드라마는 늘 양 끝에 있었다. 비극과 멜로를 오갔다. 역사의 풍랑에 휘말린 영웅이거나 삶의 작은 즐거움에 눈을 뜬 개인이 주인공이었다. 결국 우리 삶의 본질은 거창하거나 소소하고 드라마는 그걸 고스란히 반영해왔다. 드라마 작가와 감독들은 통속의 바닥에 접근하는 법을 알았고 결국 보는 이를 흔드는 두 가지 지점을 찾아낸 셈이다. 그래서 언제나 TV에선 양쪽의 드라마를 한꺼번에 볼 수 있었다. 얼마 전엔 <태왕사신기>와 <커피프린스 1호점>을 함께 봤다. 십 수년 전엔 <젊음의 양지>와 <사랑이 뭐길래>를 함께 봤다. 그리고 지금 <바람의 나라>와 <에덴의 동쪽>과 <베토벤 바이러스>를 함께 본다. 주인공과 형식과 규모는 달라졌지만 결국 시청자들은 늘 같은 드라마를 보고 있단 얘기다.
  
  <바람의 나라>와 <에덴의 동쪽>과 <베토벤 바이러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시작했다. 거대한 규모와 화려한 배우와 인물과 묵직한 이야기와 아기자기한 볼거리와 신선한 캐릭터가 다 있다. 하지만 드라마에 담긴 이야기는 몇 달 전에 봤었고 몇 년 전에 봤었고 몇 십 년 전에도 봤었다. 삶은 생노병사와 희로애락으로 점철돼 있단 얘기다. 드라마는 시대의 통속성을 반영한다. 통속성이란 바닥 정서다. 사람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본질적인 감정들이다. 반복적이고 지루하지만 보는 이들은 늘 같은 감정에 흔들린다. 그게 드라마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또 그렇게 벗어날 수 없어서 드라마의 힘은 무엇보다 세다. 하지만 그래서, 드라마는 늘 제자리 걸음이다.
   
 
  신기주/오락지 'PREMIERE KORE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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