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세상이란?

미국 금융위기가 한국에게 기회라고?

사물해커 2008. 9. 18. 19:56

 '쓰나미' 왔는데 여전히 '자신감' 넘치는 관료들

 

 

전 세계는 지금 태풍 쓰나미에 휩싸여 있다. 설마하며 미처 대비를 하지 못했던 태풍은 여러 차례에 걸쳐 전 세계를 혼란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올 7월 이전까지만 하여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사태가 곧 진정될 것으로 예견했었다. 일부 진보단체나 노동단체에서 거대한 파고의 가능성을 주장하였지만 이러한 경고는 메아리조차 퍼지지 못하고 그냥 파도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최근에 언론지상을 통해 나타나는 정부 관료들과 정치권의 태도는 어쩌면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이 아닌지 의문마저 든다.


그런데 역사상 최대인 지금의 금융 쓰나미는 결코 자연적으로 우연히 발생한 사실이 아니다. 태풍이 불어올 것 같으면, 기상학자들은 미리 구름의 움직임을 파악하여 언제 어디에 쓰나미가 지나갈 것인지 예측하여 내놓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가 작년 말 구체화되기 시작했고 리만 브라더스 사태가 막 터진 현재까지 7차에 걸쳐 점차적으로 금융기관들과 서민들의 목을 조여오고 있을 때에도, 9월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보호신청과 AIG의 공적자금 투입 등 미국금융시장의 존립여부조차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한국인들에게 두 가지의 단어로 다가온 것 같다.

첫 번째로 한국인들에게 다가온 단어는 ‘위기감’이었다. 대부분의 한국 국민들은 내 펀드투자는 손실이 얼마나 많이 날 것인가? 나의 대출 금리는 과연 얼마나 오를 것인가? 내 아파트 가격은 얼마나 떨어질 것인가? 외국에 나간 자식들의 유학자금을 송금하는데 환율은 얼마나 더 오를 것이며 과연 감내할 수 있을 것인가? 내수시장이 침체되면 자영업자들은 어떻게 생계를 책임질 것인가? 등 한국경제와 본인들에게 불어 닥칠 위기감과 걱정이 고조되고 있다.

또한 일부의 금융기관들은 한국의 주택시장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부실채권 가능성을 염려하며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특히 제2금융권에서는 담보가치평가나 대출상환여력도 평가하지 않고 마구잡이식 대출을 시행한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키코(KIKO:환헤지 옵션)사태와 같이 중소기업들이 무역으로 인하여 환손실이 발생할 것을 염려하여 파생금융상품을 구입하였으나 현실에서는 환율 변동폭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 또한 생계형 대출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서민들의 미래와 가계대출로 인한 국내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고조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 관료들에게 다가온 단어는 ‘자신감’과 ‘자만심’이다. 일반인들이 느끼는 ‘위기감’이라는 단어와는 온도차이가 많이 나 보인다. 대내외 신문지상에서 오르내리는 인터뷰 기사를 보면, 이들은 지나친 자신감에 차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자산관리공사는 메릴린치의 부실채권 2억달러를 비롯하여 미국의 부실채권 약 1조원(9억 달러)을 매입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IMF 외환위기의 충분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국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매입하여 정상화시키며 한국이 그 동안 당한 것과 같은 고수익을 챙겨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투자공사도 사태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적극적인 미국투자를 대외적으로 공표하고 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수장도 5년 이내에 아시아 3위의 은행을 만들겠다고 공표했고, 산업은행이 리먼 브라더스를 인수하는 거래가 성사되었다면 파산보호신청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미국 4위의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를 매입하기로 한 것은 과연 가격이 맞지 않아서 실패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리먼 브라더스가 제시한 가격의 1/3의 수준에서 대주주로서의 지배권을 매입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투자금액은 2009년 2월 말에 지급하기로 제시한 것이다. 산업은행은 아직 민영화가 되지도 않았고, 금융시장의 불안이 언제까지 어떻게 진전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금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또한 하루하루 살얼음판에서 살아가는 리먼 브라더스가 과연 내년 2월까지 버티어 줄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축적한 노하우가 이제는 미국의 금융기관을 좌지우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자신감을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과연 그럴까. 역사는 반복된다. 그러나 항상 같은 방법으로 진전되지는 않는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이고 우주의 법칙이다. 결과는 같으나 방법은 분명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하나를 안다고 모두 알고 있다는 태도는 분명 상대 협상자에게 허점으로 노출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금융위기가 우리의 자신감을 결코 만들어 줄 수 없다. 한국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일정부분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 번의 경험이 지금과 같은 대형위기상황에서 관료들이 공신력 있는 언론을 통해 자신감을 밝힐 수 있는 정도는 결코 아니다. 지금의 상황은 미국의 실수로 만들어진 것이지 한국이 리스크관리를 잘하고 금융정책을 잘 만들어서 벌어진 역지사지의 상황이 결코 아니다. 그런데 일부의 관료들은 착각을 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금융세계화 전략이 이미 실패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럼에도 한국의 정부는 국책금융기관의 사유화와 금융규제의 자유화 정책을 최대과제 중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태풍 쓰나미가 우리의 목을 조여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의 사태를 오히려 기회로 이용하자는 자신감이 바로 그 증거이다. 정부는 지금 당장 오만함을 버리고 금융정책을 원점에서 다시 재고해야 한다. 그리고 국내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오히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