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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국민 생명권도 美제약자본에 넘길까?

사물해커 2008. 9. 26. 13:45

 

지난 5월 1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고지혈증 치료제의 가격을 22.6~35.9% 낮추도록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기존 의약품들의 비용 대비 효과를 분석해 약값을 다시 결정하도록 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시행된 뒤 처음 나온 결정이었다. 당시 이 결정은 '약제비 적정화 방안' 시행 전 신약가격이 주요 7개국의 약값을 기준으로 결정돼 우리 실정에 비춰 지나치게 비쌌던 것을 완화할 수 있는 계기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자신들의 이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5개월이 지나도록 약값 인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제약사들은 토론회와 로비를 통해 정부를 압박해 약값 인하를 막거나 연기하려 하고 있다. (편집자주)


약제비가 총 의료비 지출의 30%를 차지하는 비정상적인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 2006년 12월부터 시행된 약제비적정화방안은 ‘비용효과적’인 약들만을 보험등재를 시키는 ‘포지티브 리스트’를 근간으로 한다. 즉, 더 싸고 효과 좋은 의약품을 위주로 급여함으로써 사회적 보험체계의 재정안정화를 기하고자 함이다. 비싼 약가는 의약품의 접근성을 훼손하는 것이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식약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거의 모든 약물을 등재시켜 주었던 기존의 ‘네거티브 리스트’에서 의약품 가격은 우리나라보다 소득수준이 높은 A7 국가를 참조하여 결정되었고, 특히나 특허가 만료되어도 기존의 고가 독점 가격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의약품의 가격이 객관적인 비용대비 효용성과 국민 및 국가의 부담가능한 정도를 반영하지 않고 선진국의 기존 의약품 가격을 참조하여 결정되는 방식은 당연히 높은 약가라는 결과를 낳았다.

보험에 등재되어 있는 의약품 수가 16,000여 품목이나 되는데다 그 가격도 지나치게 높게 결정된 상황에서 이러한 기등재약의 등재목록을 정비하고 가격을 조정하는 것은 계속해서 고갈되는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을 강화시키고 보장성을 확대하기 위해 너무나도 당연히 필요한 일이었다.

정부는 기등재약을 5년에 걸쳐 ‘재평가’하기로 결정하고 고지혈증 의약품을 시범평가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를 지난 5월 발표하였다. 내용은 대략 30% 정도의 약가가 현재보다 인하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제약업계의 반발은 대단했다. 기등재약 재평가 토론회 장에는 주한 미 대사관, 김&장 변호사, 교수, 의사, 각종 학회, 초국적 ·국내 제약사 대표이사들까지 의약품으로 이윤을 얻으려는 세력들이 총 동원되었다.

지난 몇 달 동안 정부의 재평가 방법론에 대한 수많은 논쟁을 거쳤으나 사실 문제는 소수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어려운 경제성 평가라는 학문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실제 다국적 제약협회는 지난 토론회에 캐나다 교수까지 초빙하여 정부의 재평가 방법론을 반박하고자 하였으나 설득력 있는 논거를 제시하지 못하였다. 현재 논쟁의 본질은 제약업계는 ‘지금까지 취해왔던 이윤’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고 ‘높은 약가는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는 누구라도 한 큐에 이해할 수 있는 손쉬운 것이었다.

왜 환자들과 국민들은 거품투성이 약가를 계속 지불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제약업계의 답변은 신약을 개발하는데 있어서 연구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고, 약가인하는 제약사의 신약 개발 의지를 떨어뜨려 결국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권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논리이다.

다시 한번 살펴보자. 현재 아픈 사람들이 약을 먹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암, 희귀질환 자들이 가산을 탕진하는 이유가 뭔가? 백혈병·에이즈 환자들이 목숨을 걸고 길거리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말이다.

현재 의약품을 둘러싸고 환자들과 국민들에게 가해지는 이 폭력은 결코 제약업계의 이윤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이윤이 너무 넘쳐나기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아비가 약값을 대지 못해 딸의 산소 호흡기를 떼어내게 만들고, 자식이 더 이상의 치료를 포기한 부모 앞에 무릎 꿇고 앉아 통곡하게 만들면서 긁어모은 그들의 이윤은 리베이트, 판촉비, 마케팅비 등등 이 체계를 더욱 공고히 지켜나갈 일부 세력들의 주머니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인간이 ‘인간답기’ 위해서 갖춰야 할 기본 조건이 있듯이 의약품도 '의약품답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들이 있다. 우선 효과가 있어야 한다. 설명이 필요 없는 당연한 이야기다. 둘째, 안전해야 한다. 두통에는 효과가 있으나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다면 이 약은 약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셋째, 환자들에게 접근 가능해야 한다. 환자들이 실제 먹을 수 없다면 만병을 고친다고 한들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여기에서 약가 문제가 가장 핵심점인 쟁점이 된다. 즉, ’약가‘ 문제는 의약품 접근성의 문제가 되고, 이는 건강권, 생명권으로까지 연결이 된다.

기등재약 관련 토론회에 등장한 김&장 변호사는 한번 결정된 약가는 제약사의 '재산권'이라고 하였다. 건강권과 재산권 사이에 가치의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거품투성이 약가의 거품을 살짝 거둬내고 싶었을 뿐이었을지 모르나 자본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 가치 충돌의 장에서 과연 정부는 어떤 입장을 견지할 것인가. 미국 앞에 국민의 밥상을 고스란히 상납했듯이, 국민의 생명권 또한 미국과 초국적 제약자본 앞에 슬그머니 갖다 바칠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