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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잠행은 상징적인 저항행위" 조계사 농성자 6인, 잠행농성 돌입

사물해커 2008. 10. 29. 20:10
'촛불 지킴이들'이 농성중이던 조계사 경내 천막이 29일 조용해 졌다.
  • 29일 '촛불 지킴이들'이 농성중이던 조계사 경내 천막이 조용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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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에서 116일째 농성을 이어가던 촛불수배자들이 29일 조계사를 빠져나갔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도 함께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임태훈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인권법률팀장은 “오후 3시 15분경 사무실로 박원석 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이 전화를 걸어 이미 조계사를 빠져나갔다고 밝혔고, 6인이 함께있는지 따로 움직이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법부가 야간집회 불허 위헌 신청을 했고, 인권위가 촛불집회에 경찰의 인권침해가 있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했음에도 정부와 법무부‧경찰청장이 다른 말을 하며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정부가 촛불집회 관련 경찰의 인권침해를 인정만 했어도 이들은 조계사를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들이 추후 블로그를 통해서 글을 올릴수도 있고 대책회의 상황실을 통해서 의견을 전달할 수도 있겠지만, 잠행을 한다는 것 자체가 촛불정신을 이어가는 싸움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대책회의는 이들의 잠행에 대해 “대책회의와 의논 한 적 없다. 어제 저녁에 같이 있었지만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며 “처음부터 수배자들의 의견을 존중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진영옥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이석행 위원장이 조계사에 들어올 때 하반기 민주노총 투쟁의 회의체계를 고민한 것이었고, 조계사에 들어와서 민생민주국민회의 출범에 많은 힘을 쏟았다”며 “11월 9일 있을 전국노동자대회 준비도 어느정도 준비가 됐기에 잠행에 함께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진 부위원장은 “이석행 위원장은 '자진출두는 절대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고, 전국노동자대회를 기점으로 어떤 식으로든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이후 일정을 소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박원석 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이 임태훈 팀장에게 구두로 전한 전문
조계사를 떠나면서

  • 경황이 없어 짧게 말씀드리는 점 이해바랍니다. 정권의 엄청난 잘못으로 시작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촛불항쟁은 누가보기에도 떳떳하고 정당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촛불시민들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무려 2,500여명의 시민이 부상을 입었고, 1,600여명이 체포됐으며, 70여명이 구속되고, 30여명 가까이가 수배되는 고초를 겪게 됐습니다. 저희도 어쩔 수 없이 100일이 넘는 조계사농성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동안 농성에 보내주신 국민들의 성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희 조계사 농성단 6인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조계사를 떠나 잠행농성을 계속 하기로 했습니다.

    저희들의 피신은, 어떠한 권력도, 권력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검-경도, 시민들의 진실과 정의를, 좋은 사회를 향한 자유의지를 결코 꺾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실체적이면서, 동시에 상징적인 저항행위입니다. 또한 주권자인 시민을 함부로 탄압하는 권력은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하는 강력한 경고의 표시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또 다른 농성 길에 오르면서, 우리 국민들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함부로 여기고, 민생과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1%특권층을 위한 정책에만 여념이 없는 이 정권에 맞선 범국민적 저항에 나설 것을 호소 드립니다. 저희들도 조만간에 다시 국민들 앞에 서서 이 저항의 행렬에 함께 할 것입니다.

    그동안 장기간 농성을 도와주신 조계종 총무원장과 조계사 주지스님 등 불자들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성원해주신 모든 분들게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 기사입력: 2008-10-29 17:0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