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세상이란?

"'촛불 자동차' 면허 취소…생계 끊겼다"

사물해커 2008. 10. 13. 17:20

 "현장에서 경찰 지시 따랐는데…보복 수사 명백"

 

 

경찰이 촛불 집회에 참석했던 이른바 '촛불 자동차'를 면허 취소하는 등 무리한 징계를 해 당사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경찰은 지난 7월 촛불 집회에 참석한 유모차 부대 회원과 고등학생 등 미성년자 조사에 이어 자동차를 끌고 나와 촛불 집회에 참가했던 인터넷 커뮤니티 '촛불자동차연합' 회원 및 관련자 25명에게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내렸다. 자동차를 이용해 범죄 행위를 해서 도로교통법을 위반했다는 것. 오는 15일부터 운전을 할 수 없게 된 당사자들은 실직을 하는 등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13일 '촛불자동차연합' 운영진 및 회원 10여 명은 13일 서울 서대문경찰서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취하하고, 촛불 자동차에 대한 탄압을 즉시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25명 전원 운전면허 취소…"생계가 막막하다"
  

▲'촛불자동차연합' 카페 회원 10여 명과 민주노동당 이수호 최고위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김종욱 변호사는 13일 서울 서대문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운전면허취소처분을 취하하고, 촛불자동차에 대한 탄압을 즉시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프레시안


  이들에 따르면 '촛불자동차연합' 회원 김모(30) 씨는 지난 12일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그의 일은 거래처를 차로 돌며 영업을 하는 일이라 운전면허 없이는 근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 씨의 운전면허가 취소될 것을 알게 된 회사는 약 보름간 그에게 일을 주지 않았다. 회사의 지침은 그에게 사표를 쓰라는 압력으로 받아들여졌고, 결국 그는 사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면허를 취소당한 25명 중엔 장애인이 2명, 화물차 운전자, 자영업자가 9명이나 된다"며 "그 밖에 운전을 하며 영업을 해야 하는 회사원이 많다"고 말했다. 이들은 "운전면허증이 없으면 생계가 막막한데, 경찰은 서민의 생계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촛불을 탄압하려고 보복적인 부당한 처사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기자 회견에 참석한 민주노동당 이수호 최고위원도 "이명박 정부는 경찰을 앞세워 무고한 시민의 생계 수단을 협박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며 "나도 교육 운동을 하면서 교도소에 가고 실형을 받는 것보다 파직되는 게 더 무서웠을 만큼 생계가 걸려있는 문제로 이들을 옥죄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평화적인 활동을 했고, 교통경찰 지시에도 충실히 따랐다"
  

▲ 이들이 운전면허를 취소당한 이유는 '자동차 이용 범죄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경찰의 지시를 따랐어도 범죄 행위가 되냐"며 반발했다. ⓒ프레시안


  이들은 "우리는 평화적인 집회 참여를 유도하고, 촛불 행렬의 후방을 일반 차량으로부터 보호해 교통사고를 미리 방지하려는 목적에서 집회에 참여했다"고 경찰의 주장에 반박했다. 또 이들은 "집회가 끝나고 대중교통이 없어 집에 못 가는 시민들과 카풀(승용차 함께 타기)을 하고, 먹을거리를 나르는 긴급구호 차량으로서 역할도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가 집회 현장에서 불법을 저질렀다면 현장에서 경찰이 단속을 했어야 했다"며 "집회 현장에서 실제로 경찰이 도로가에 정차하라는 지시를 따르기도 하는 등 지시를 따를 준비가 충분히 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종웅 변호사는 "'자동차를 이용한 범죄 행위' 항목은 그간 주로 국가보안법 위반,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에 해당할 때 적용했다"며 "이들이 강력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경찰관의 지시에 따라 시민을 보호하려 했던 차들인데 벌금형도 아닌 면허취소 처분을 내리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 유모차부대 표적수사 이어 또 무리한 수사 논란
  
  이들은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회유를 하고 위협적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찰이 일부 카페 회원들에게 벌금 30만 원 정도만 나오게 할 수 있다며 회유해 자백을 유도했고, 담당 경찰서가 아닌 서대문 경찰서에서 성남에 사는 카페 회원 집을 수사하러 와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장했다고 비난했다. 또 진술을 거부하는 회원에게는 그의 아이 이름을 대면서 강압적인 수사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비윤리적인 경찰 수사를 즉각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 6월 고엽제 전우회에서 차량 100여 대를 동원해 교통 체증을 유발하고, 차량에 LPG 가스통을 매단 채 시위를 벌였던 것은 왜 처벌하지 않느냐"며 "이런 것만 봐도 촛불자동차에 대한 운전면허 취소 처분은 경찰의 사법권 남용이며 촛불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이고 보복"이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경찰의 면허취소 처분에 대해 행정 심판을 제기하고, 면허취소 처분 집행에 대한 가처분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경찰이 발송한 '운전면허 취소 처분 사전통지서'를 찢는 퍼포먼스. ⓒ프레시안

   
 
  김하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