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세상이란?

강만수 '뉴욕 충격'…재정부는 감감 무소식

사물해커 2008. 10. 16. 13:30

 美이코노미스트 "3-5년 침체기"…재정부는 '5% 성장' 고집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참석 등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월가의 전문가들이 강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하나 같이 앞으로 세계 경제 흐름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담당 회장은 "경기침체가 3-5년까지 갈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강 장관은 이 자리에서도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수출다변화 등으로 아직까지 제한적"이라며 '낙관론'을 고집했다.
  
  아무리 평소 '강고집'이란 별명을 얻을 만큼 자신의 고집대로 일을 처리해 나가는 강 장관이지만, 이번에 그가 접한 '비관론'은 월가의 내노라하는 이코노미스트들이 내놓은 것이라는 점에서 모종의 변화가 있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1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이틀만에 다시 8500선으로 떨어졌다. 이날 다우지수 낙폭은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미 부시행정부가 이날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은행 부분 국유화' 방침을 밝히는 등 연일 금융경색 해소를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는데 실패하고 있다.
  

"선진국 은행 국유화될 경우 한국 등 개도국 대출 감소"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현지시각) 씨티, HSBC, 제이피모건, PWC 등 4개 주요 은행 이코노미스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세계경기 침체가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선진국들의 은행 국유화 조치가 한국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 선진국 은행들이 국유화될 경우 한국을 포함한 개도국에 대한 대출은 감소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로 면담을 한 스티븐 로치 회장은 "거품이 아직 꺼지지 않았다"며 본격적인 위기가 시작되지도 않았다고 경고했다. 존 윈컨리드 골드만삭스 사장은 "국제 차입시장이 내년 초 열릴 가능성이 있으며, 지금은 금리보다는 유동성에 중점을 두고 장기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재정부 차관보 "금융시장 한고비 넘겨…내년 경제성장률 5%"
  
  하지만 강 장관이 받은 '뉴욕 충격'이 아직 기획재정부로 전달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16일 노대래 재정부 차관보는 C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각국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대책과 국제 공조 노력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급속히 안정됐다"며 "유동성이 공급되면 상황이 더 호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차관보는 "다른 나라에서 예기치 못한 돌발 사태가 나도 안 되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한다"고 단서를 붙이기는 했지만 "한 고비를 넘겼다"며 '낙관론'을 폈다. 하지만 노 차관보가 인터뷰를 하기 전인 이날 새벽 뉴욕 증시는 대폭락했고, 그 여파로 16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30여분 만에 100원 넘게 오르는 등 다시 요동치고 있는 상황이다.
  
  노 차관보는 또 한국의 내년 성장률에 대해서도 "세계 각국의 경제 활성화 정책 등으로 내년 하반기에 성장세로 돌아서면서 5% 내외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5% 성장률'을 고집했다.
  
  하지만 전날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년 성장률을 3.6%로 전망하는 등 재정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관에서 3%대 성장률을 내놓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8일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3.5%로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3.9%, LG경제연구원은 3.8%, 현대경제연구원은 3.9%를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내년 상반기 경제성장률을 4% 이하로 내다보고 있다.
  
  노 차관보는 정부와 민간기관의 성장률 전망치에 있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에 대해 "정부는 정책을 운용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우리의 정책 의지가 담길 수밖에 없다"며 "감세, 규제완화, 추경편성 효과도 내년에도 분산돼서 나타나는데 1% 정도의 성장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한편 이날 KBS 라디오와 인터뷰를 가진 김동수 재정부 제1차관은 금융시장의 안전성과 관련해 "급한 불은 꺼졌지만 아직 불안 요인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고 노 차관보와는 조금 다른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김 차관보도 "감세, 규제완화 등 시장 잠재력을 재고할 수 있는 정책들이 정착되면 현재와 같은 불안 요인에 대해서도 면역력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론'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다. 그는 경상수지 적자 문제에 대해서도 "내년에는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홍기혜/기자